외국인학교 ‘신종 특목고’ 변질 우려 [세계] 2008-10-27

외국인학교 ‘신종 특목고’ 변질 우려 [세계] 2008-10-27

교육과학기술부가 내년부터 외국인학교도 국내 학력으로 인정키로 해 앞으로 외국인학교 졸업생도 국내 대학 진학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초등학생 등의 조기유학이 늘고 외국인학교가 외국어고나 국제고처럼 대학 진학에 유리한 신종 ‘특목고’로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과부는 외국인학교의 국내 학력 인정과 국내 사립학교 법인도 외국인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외국인학교 등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외국인학교를 국내 학력으로 인정하지 않아 이들 학교 졸업생이 국내 대학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치러야 했지만, 앞으로는 교육감이 ‘학력승인학교’로 지정한 외국인학교 졸업생에게는 국내 학력이 인정된다.

또 외국인학교의 내국인 입학자격을 ‘해외거주 5년 이상’에서 ‘해외거주 3년 이상’으로 완화해 내국인의 입학을 수월하게 했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 21곳, 경기·인천 7곳 등 총 47곳의 외국인학교가 설립돼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학교에 입학하려는 내국인이 급증할 것으로 보여 불법 조기유학도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조기유학을 다녀와 외국인학교에 입학할 경우 졸업을 해도 학력 인정이 안 돼 국제중학교나 특목고, 국내 대학 진학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모두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학에서 특별전형 등을 통해 외국어 우수자나 외국 체류 경험자를 우대하는 전형이 늘고 있어 외국인학교 졸업자에 대해 국내학력 인정을 해줄 경우 외국인학교가 외국어고나 자사고와 같은 또 다른 특목고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

서울 목동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외국인학교를 졸업해도 국내 특목고나 대학 진학이 가능할 경우 이들 학교 진학을 목적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면서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 3년 정도 유학하고 귀국해 초등학교 졸업 뒤 외국인학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교과부 성삼제 학교제도기획과장은 “내국인 입학비율을 총정원의 30%로 제한하기 때문에 내국인이 급증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며 “국어와 국사 수업을 각각 연간 102시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외국인학교가 학력을 다 인정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제정안에 앞으로 설립 주체를 외국인이나 외국법인뿐 아니라 국내 사립학교 법인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외국인학교는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앞으로는 각 시도교육감이 외국인학교에 대해 지도·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고 교육과정 운영이나 시설·설비 등의 사항에 관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또 법령을 어기는 외국인학교에 대해서는 인가취소, 폐쇄 등 강력히 조치할 수 있다는 규정도 제정안에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