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마을2013. 6. 4. 10:59

원주투데이 오원집 대표가 6.4 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원주교육지원청이 초중학생 영어 해외어학연수 프로그램을 추진합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현지 학교에서 4주간 연수를 진행하며 전체경비 520만원 중 30%는 원주시 교육경비보조금으로 지원하고 학생은 70%인 380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됩니다. 대상학생은 초등학교 5학년 47명, 중학교 1학년 44명이며 학교별로 선발기준을 마련해 선발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소득층 자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기 때문입니다. 이왕 교육경비보조금으로 해외연수를 운영할 거라면 전체 대상인원 중 일부는 저소득층에게 배정하고 자부담을 최소화했다면 좋았을껄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댓글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른다. 캠프 자체가 호화라는 주장과 그 돈으로 학원교육비를 지원하는게 낫다는 의견,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 등 다양한 의견을 읽으면서 경기도 영어마을을 가까이서 관계하면서 느낌이 사뭇 달랐다.

 

먼저 이런 프로그램을 시도한 원주교육지원청이 대단해 보였다. 경기도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제안했다면 당장에 제안업체에 대한 특혜 운운하며 말도 못꺼내게 했을텐데 교육지원청 단독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시도하는 것이라면 박수를 보낼만한 일이다.

 

영어마을을 처음 추진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영어를 배우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해외에 가는 대신 경기도 청소년수련원에 숙박시설을 정비해서 24시간 영어로만 말하고 생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경기도 학생들의 영어능력 수준이 단시간내에 올라갈수 있다"는 취지였다.

몰입식 영어교육의 효과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 것이었다.

처음엔 30억 정도의 비용을 들여서 시설을 준비하고 개관해서 성공했다. 그런 것이 파주에 전문적인 영어마을을 짓는데서 이상하게 꼬여 갔다. 800억 까지 예산이 늘어났고 경기도의회는 다른 공기업에게 들이대는 잣대로 수지를 따져서 적자를 내는 시설이라고 몰아갔다.

 

당시 나는 중국의 한 도시 시장의 요청으로 경기도 영어마을을 중국에 지어주면 경기도에 중국어마을을 지어 주겠다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양쪽을 왕래하는 중이었다. 그 시장은 "이해가 안된다. 실제로 아이들이 일주일 먹고 자고 공부하는데 45만원의 원가가 들어가는 일을 부모에게 15만원 받고 나머지 30여만원을 지원하면서 적자를 낸다고 걷어치우라는 것은 도대체 무슨 계산법인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경기도 영어마을이 처음 성공하자 서울에는 구청마다 영어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사업자들을 불러 들였다. 지금 대부분 문을 닫거나 숨만 쉬고 있다. 지금 경기도 영어마을 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군포는 사교육 업체가 100억원을 투자해서 국제교육센터를 운영하지만 적자로 허덕인다. 안양은  초등학교에 한 학급을 영어학급으로 꾸며 운영하고 있다. 필자가 모범적으로 운영한다고 생각하는 모델은 과천이다. 과천은 청소년수련관 1개 층을 영어마을로 꾸미고 1년에 2억여 원을 운영비로 쓴다. 과천은 시가 주최하는 영어스피치대회로 유명하다. 미국과 캐나다 자매도시로 찾아가는 방학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다시 원주 영어로 돌아가서.

해외연수지원이 단순하게 영어능력 배양만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넓은 세상을 보게 하는 것이 자식에게 부모가 줄수 있는 가장 큰 투자라 할 것이다.

하지만 영어 몰입 교육의 효과를 위해서라면 작은 사이즈의 영어캠프가 더 큰 효과를 거둘수 있을거라는 생각에 아쉽다. 인천에 있는 가천대학교는 방학에 3주 동안 토익을 위한 영어 캠프를 연다. 학교가 아닌 강화에 있는 수양관에서 영어만으로 생활한다. 50만원 정도가 드는데 25만원을 본인이 부담한다. 하루에 1만원이다. 1학년 신입생을 대상으로 2개 반을 운영하는데 한 번에 2백명이 들어간다. 그리고 학생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북새통을 이룬다.

 

부디 원주의 해외연수지원 프로그램이 성공하길 빈다. 원주투데이의 지적대로 저소득층을 위한 배려만 좀 더 보강해서라도 이어지길 바란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무너져 버린 사교육 부담 완화와 영어능력 배양이라는 본래 취지가 원주에서는 성공하길 간절하게 바란다.

Posted by alli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