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처음 치마를 입던 날과 다시 바지로 돌아간 사연
중학교 입학식 날 딸아이는 파김치가 되어서 돌아왔다. 치마가 여간 불편하지 않더라는 것. “엄마 오줌쌀 때는 어떡해?” 우리 부부는 기가 막혀 마주보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냥 치마를 올리고 스타킹만 내리면 되잖아?” “아. 그렇구나. 그걸 내리고 스타킹을 내려니까 얼마나 불편하던지....”
아이가 네 살 땐가 노란색 치마에 스타킹을 입히고 찍어 놓은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어찌나 깜찍한지 TV위에 올려놓고 “이땐 참 예뻤는데”를 연발한다. 아내의 꿈은 딸을 낳으면 공부처럼 드레스를 입혀 키우는 것이었다는데 아들 피아노 발표회때 나비넥타이를 해주기는 했어도 딸아이에게 드레스를 입혀보지는 못했다.
가을학기가 시작되면서 딸아이가 바지를 입겠다고 엄마를 조른다. 결국은 사줬다. 짙은 감색바지를 입고 처음 학교가는 날 딸은 키가 커 보였고 나름대로 보기 좋길래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교생 중에 다섯명 정도 바지를 입는단다. 처형은 “아이를 예쁘게 키워야지 선머슴을 만드느냐?”고 아이 엄마를 힐난했다. 학원선생님도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사람같다고 수업시간에 놀렸는데 상처받지는 않았느냐?”며 전화했다. 친척아이 하나가 머리핀을 촘촘하게 하고 나타났길래 “아프겠다”했더니 “엄마가 예쁘게 보이려면 아픈 것도 참아야 한 대요” 한다. 이말을 들은 아내가 딸애를 다그친다. “봐라. 넌 도무지 불편한 걸 참을 줄 모르니?하고 딸을 다그치고 회유하지만 녀석은 들은 척도 않는다. 불편한건 싫다는 주장이다. 나부터 불편한 걸 참지 못하는 성격이어선지 딸 편이다. 저런 녀석이 나중에 남친이 생기면 그놈에게 잘 보이려고 스스로 치마를 입을까? 0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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