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학교가 끝나는대로 가게에 나가야 했습니다. 시장에서 작은 분식점을 하는 아버지를 도와야 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이던 막내와 고교생이던 둘째와 나는 배달통을 들기도 하고 설겆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손님이 뜸해지면 아버지는 만두를 빚기 시작하셨습니다. 이미 냉면에 닭튀김까지 잔뜩 먹은 후였지만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아버지께서 만두를 쪄내시는대로 집어 먹었습니다. 10통이 넘는 통만두를 먹어대면서도 저는 아버지가 고맙지 않았습니다. 미웠습니다. 내가 아버지라면 이렇게 살지는 않을거다. 자식들 대학보낼 형편이 안되서 공고에 보내는 일은 않을 거다. 주말에 이렇게 가게로 불러내 배달통을 들고 다니게 하지는 않을거다. 아버지처럼 살지는 않을거다.

주말 오후, 기숙학교에서 돌아오는 딸아이를 위해 닭을 튀기고 있습니다. 몇 군데를 다니며 아들이 좋아하는 간식도 사들고 왔습니다. 내년이면 두 아이가 한꺼번에 들이밀게 될 등록금 고지서를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그저 지금은 아이가 좋아하는 닭튀김을 할 뿐입니다.

닭이 익어가는데 문득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Posted by alli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