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간 동안 신종플루로 휴교였다. 마지막 날 저녁 아들이 한주간 동안 참 행복했다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도 피로에 찌든 모습이 아닌 활발해지고 명랑해진 모습이었다.

고교 2년 문과반 아들은오전 7시 40분까지 가서 종일 책상에 앉았다가 점심, 저녁 급식먹고 야자까지 열시에 마치면 학원으로 가서 열두시가 넘어서 돌아오던 녀석이었다.

신종플루로 휴교하자 7시 30분에 일어나서 출근하는 나를 따라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다 저녁식사 전에 돌아왔다. 점심은 가을색이 완연한 과천중앙공원을 가로질러 산책하고 분식집에서 해결했단다. 머리가 아프면 자료실에 내려가 책을 뒤지기도 했을 것이다. 저녁에 돌아와서 동영상 강의를 듣고는 1시간여 게임을 하다가 학원을 다녀오곤 했다. 학원도 신종플루로 숙제만 내주고 휴교하자 숙제 푸는 것에 진땀을 흘린다.

수행평가를 위한 시사문제에 답하기 위해서 고대사상과 현실세계의 적용에 대한 자기의견을 정리해서는 식탁에서 내 의견을 묻고 컴퓨터 앞에 앉아 끄적 거린다. 한 주일 사이에 우리 부자는 친일전력을 가진 대통령에 대해, 다수결 우선이라는 우리 민주주의 의사결정 방식에 치이는 소수에 대한 배려에 대해 제법 깊은 토론도 할수 있었다. 선물로 받았던 와인을 따서 잔을 흔들어 향을 퍼지게 하고 코를 잔속 깊이 박고는 숨을 깊게 들이 쉬며 향을 즐기는 요령을 가르칠수도 있었다.

주중에는 시골에 내려가 외할아버지 밭에 퇴비 뿌리는 일도 돕고 돌아왔다. 주말에는 친구와 영화보러 가겠단다.

수업에 들어서면 공부를 포기한 녀석은 잠에 빠져 들고 친구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없이 그저 필요한 말만 하는 사이들로 바뀐지 오랜 교실. 개념없는 녀석들 때문에 학생지도를 포기해버린 선생님. 시간만 채우느라 학교에 가두어 두는 동안 아이는 시들고 있었다. 한주일 자유롭게 시간을 짜서 생활해 보더니 자퇴하고 검정고시 보는것은 어떨까요?라고 묻는다.

그래도 학교는 너를 만드는 틀이 되기 때문에 다니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지만 돌아서서 '과연 그럴까?' 자문한다.

우리 교육은 아직 이렇게 밖에는 방법이 없단 말인가? 한 주간 동안의 휴교는 홈스쿨링의 장점을 만끽한 시간이었다.

Posted by allinda